이한수 는 90 년대 중반 이후 공상 과학적인 설치 오브제와 영상을 통해 현시대 하이브리드 문화의 일면을 문명 비판적인 시각에서 천착해 왔다 .

불교적인 보살도상의 몸통과 천사오브제가 삽입된 투명구슬의 얼굴 심장부분에서 투사되어 나오는 영상 이미지의 이질적 결합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의 설치 영상작품은 이전 작품에 비해 키치적 요소나 사이비 종교적인 분위기가 감소하긴 하였으나 그동안 작가가 보여준 하이브리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잡종雜種과 이종異種의 메타포로 이해된다 .

그의 작품은 불상과 천사와 같은 종교적 도상에 SF 적 암시가 부가되어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혼성주의 미학을 표방하고 있다고 평가되어져 왔다 .

하지만 그의 작업은 잡종과 변이에 대한 피상적인 표상의 단계를 넘어 무겁거나 부정적이지는 않더라도 현 시대 문화적 충돌과 변이에 대한 비평적 인식을 일정 부분 담지하고 있다 .

전통문화와 신문화가 접합할 때 혹은 서로 다른 문화영역이 교배될 때 고유의 전통성이 사라지고 동질화마저 거부되어 유전적인 변형과도 같은 기형의 이미지로 남게 되는 하이브리드의 이면을 짚어내는 것이다 .

동질성보다는 이질성과 차이를 , 통일성보다는 혼성을 , 중심보다 탈중심화를 의미화하는 이한수 의 설치 영상작업은 합리적이고 일관된 범주화나 통일된 자아를 부정한다 .

그의 작업은 교차와 소통을 전제로 하며 경계적 위치에 서있는 이시대 문화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

머리부분이 삭제되어 두개의 몸통만 연결된 기형의 불상오브제는 마치 중심을 상실하고 정신성이 제거된 채 육체적 표피와 물질만이 교차하는 문화현상의 이면에 대한 시각적 텍스트인 것 처럼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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